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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타이펑에 가다내가 사랑하는 생활/먹다 2011. 1. 4. 21:48
2011년 1월 2일 명동 딩타이펑에 다녀왔다. 대만 음식점이라 그런지 가격과 맛이 비례하지 않는다. 내가 먹어본 만두중 최고는 상하이 예원상장 내에 있는 남상만두(이를 모방해 여의도에 난시앙이 있었는데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가게의, 20분을 줄서서 사 거리를 걸어가며 중국인들보다 더 중국인스럽게 먹었던 3년전 13원(당시 한화 1700원) 짜리 고기 만두 10개가 최고였다. 신년이기도 하고 명동에서 약속이 있기도 하고,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어 오래간만에 찾아간 딩타이펑에는 인파로 가득했다. 특히 내 좌에 앉아있던 된장녀 2명의 어처구니 주문신공(보통 샤오롱바오 한 바구니에 10000원 내외이니 우와 싸다 이러면서 메뉴판에서 예뻐보이는 걸로 마구 시키던데... 뭐 내가 돈 내주는 거 아니니 상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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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비틀거리는 여인>내가 사랑하는 생활/보다 2010. 12. 14. 22:48
일본어 원문은 보지 않아, 문체 자체의 정밀성이나 농도를 감히 논하진 않겠다. 다만 내용 전개상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은 한국정서와는 심히 이질적이며, 극단적이고 탐미적이다. 심지어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흔히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규정하는 '탐미주의'는 에서 가장 집요하게 관철되었는데, 에서는 '에로티시즘'과 '탐욕 과잉'으로 극단적 탐미의 일면을 구현해 내고 있다. 일본어 원문을 분명 검토해 보아야겠지만, 한국어 번역본 은 어떤 점에서 일본 비평가들의 극찬을 이끌어 내었는지 그 지점이 분명치 않다. 물론 그가 뛰어난 역량을 가진 자임을 그의 성장 배경이나 그의 고전들의 수준을 통해 짐작하고 목도할 수 있지만, 그의 극우적 정치관이 그를 신화화하여 과대평가된 측면도 배제할 수 없겠다. 에서 내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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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에게 필요한 음악내가 사랑하는 생활/듣다 2010. 10. 20. 22:18
당락은 깻잎 한장 차이이기에 가능한 많은 곳에 들이대라는 어떤 이의 조언에 따라 별 관심없는 대기업 두 곳에 원서를 접수하고 정오즈음에 집을 나서 신사동에 있는 풍월당에 다녀왔다. 몸살기운이 있음에도 집구석에만 있다가는 자폐증에 걸릴 것 같아, 또 새로운 음악도 듣고 싶어 다녀온 것이다. 풍월당에 가면 비싼 수입 명반들이 즐비한데 분명 수요가 있으니까 매장에 구비를 해 놓는 것이겠다. 수입음반들은 국내라이센스반에 비해 고가라, 비교적 저렴한 음반 2장만 사도 최소 5만원이다. 매장에 서서 음반 자켓을 보고 해설을 읽는 사이 꽤 많은 연주음악들이 흘러 지나가는데 모두 처음 듣는 것들이다. 사실 클래식 골라 듣기 전에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슈베르트의 송어가 클래식의 전부라고 여겼을 정도로 무지했는데,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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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인라인 스케이트내가 사랑하는 생활/가다 2010. 4. 21. 16:09
지난주 일요일, 호수공원에 아롱이를 데리고 인라인을 타러 갔었다. 아롱이는 달리고 나는 인라인을 타며 신나게 공원을 활보하다가 화장실에 잠간 가려고 했다. 아롱이를 화장실 밖에 두고 가자니 혹시 누가 데려가지 않을까 불안하였기에 아롱이를 왼손으로 가슴에 안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런데 고 사이, 내가 대학교때부터 타오던 인라인을 누군가 채간 것이다. 비록 지금은 구형일지라도 당시 고가에 구입했던 내가 애지중지하던 K2 인라인을 말이다. 너무나 소중히 다루다 못해 단 한번도 빨지 않았지만, 나는 발에서 땀이 절대 나지 않고 향기가 나기에 깨끗한 그것, 나의 발을 잃어버렸다. 그 넓은 공원에서 누군가 이미 채어 갔기 때문에 찾는 걸 즉각 포기한 나는, 낙심한 채 일전에 중국사는 간지나는 동생이 말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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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마가 연주하는 엔니오 모리꼬네(Yo-Yo Ma plays Ennio Morricone)내가 사랑하는 생활/듣다 2010. 4. 19. 14:15
요요마가 연주하는 엔니오 모리꼬네 첼로가 낭송하는 거장의 인생이야기 -국내 라이센스 앨범 설명 중- 요요마는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공존하기 힘든 두 측면을 완벽히 충족시킨 첼로 연주가이다. 요요마는 본디 전통클래식 연주가로서 고상한 예술세계를 구현해내었지만, 그 대중성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에 힘입은 바 크다. 멘델스존, 바흐, 모짜르트 등의 고전음악가들의 작품을 완벽하게 소화하여 녹음한 음반들뿐만 아니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흐느적거리는 대기에서 행해지는 탱고를 포착해낸 음반()과 실크로드의 모래를 소리로 형상화해 낸 음반( -The Mission 1. Gabriel`S Oboe 2. The Falls -Giuseppe Tornatore Suite 3. The Legend Of 1900: Pla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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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지 못함내가 사랑하는 생활/보다 2010. 4. 16. 10:49
10만원이 넘는 고급장정 책을 인터넷으로 구매했는데 책상태가 엉망이라 교환요청하고, 엄마의 눈을 피하기 위해 반송도서를 경비실에 맡겼다. 경비아저씨를 자주 귀찮게 해드려 경비실에 매번 갈때마다 드링크를 한병씩 갖다 드린다. 고로 오늘도 아침에 급히 나오면서 냉장고에서 드링크를 한병 꺼내 주머니에 넣고 나와, 경비실에 가서 아저씨께 부탁말씀 드리며 건네드렸는데... 아빠 전용 영지버섯 음료인 줄 알았는데 까스 활명수를 건네고 있는 나를 의식하게 된 것이다. 민첩하지 못한 나는 미처 그 손을 거두지 못했고 노령에도 불구하고 민첩한 아저씨께서는 서둘러 그걸 받으셨다. 아저씨는 아직 그 실체를 모르시니 나는 서둘러 말하고 경비실을 튀어 나가, 평소 땀 나 끈적일까 절대 뛰지 않음에도 경비실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