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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수에게 필요한 음악
    내가 사랑하는 생활/듣다 2010. 10. 20. 22:18

    당락은 깻잎 한장 차이이기에 가능한 많은 곳에 들이대라는 어떤 이의 조언에 따라 별 관심없는 대기업 두 곳에 원서를 접수하고 정오즈음에 집을 나서 신사동에 있는 풍월당에 다녀왔다. 몸살기운이 있음에도 집구석에만 있다가는 자폐증에 걸릴 것 같아, 또 새로운 음악도 듣고 싶어 다녀온 것이다. 풍월당에 가면 비싼 수입 명반들이 즐비한데 분명 수요가 있으니까 매장에 구비를 해 놓는 것이겠다. 수입음반들은 국내라이센스반에 비해 고가라, 비교적 저렴한 음반 2장만 사도 최소 5만원이다. 매장에 서서 음반 자켓을 보고 해설을 읽는 사이 꽤 많은 연주음악들이 흘러 지나가는데 모두 처음 듣는 것들이다. 사실 클래식 골라 듣기 전에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슈베르트의 송어가 클래식의 전부라고 여겼을 정도로 무지했는데, 감상의 폭을 꽤 넓혔다고 생각한 요즘에도 모르는 음악 투성이다. 신용카드를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10만원 수표 한장 들고 집을 나서면서 다 쓰고 와야지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띄고 마음에 와닿는 음반이 적었다. 그래서 빈손으로 풍월당을 나와 감기걸렸으니 몸보신 차원에서 인사동 가서 생강차나 한잔 들이키고 갈까 하다 이왕 나온김에 책이나 몇권 사가자는 생각에 강남 교보문고에 가서 1시간 정도 둘러보다 음반 매장 구석에 처박혀 있던 <토레스의 기타>라는 음반 한장 사가지고 왔다. 일전 풍월당에서 강력 추천할 때 사고 싶었는데 재고없음이라 해서 잊고 지내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집에 와서 들어보니 들을만 한데 아직까진 특별한 감흥은 없다. 그래서 다시 일전의 크리스티앙 페라스의 <Sonatas and Encores>, 특히 4번 씨디를 듣는데 일전에는 잘 몰랐던 페라스의 숨결이 들린다. 귀부분이 아파 헤드폰 잘 안쓰는데 오늘 그냥 한번 써보고 싶어 이용했더니 연주하는 페라스의 거친 숨결이 고스란히 들려온다. 역시 음악은 시디피에 헤드폰 혹은 엘피피에 헤드폰으로 감상해야 하는 듯 싶다.  
    몇년전에는 클래식 애호가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속으로 고상한 척 하고 있네~라고 비아냥거렸지만 나이가 슬슬 들고 속세에 쩔어 음울해지니 재즈와 클래식, 특히 클래식 연주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울울한 심사를 토로하는 아이들에게 클래식 들어보라고 권한다. 들으면 소양이 제고되는 것까진 모르겠지만 잠은 참 잘 온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페라스 4번 씨디 2번 트랙은 환상이다. 페라스의 바이올린과 장 클로드 암브로시니의 피아노 선율은 들으면 들을수록 수면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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