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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쿄오또오 카페 야요이やよい] 나만 알고 싶은 비장의 맛집
    내가 사랑하는 생활/먹다 2016. 9. 26. 01:56

    쿄오또오에 가면 항상 들르는 곳들이 있다. 쇠붙이는 아리츠구, 향과 향로는 쇼에이도, 모찌는 다이코쿠야, 수준 있는 문구는 호소미 큐브샵, 그리고 가벼운 점심 한끼는 야요이.
    야요이는 아는 사람들만 간다는 일본식 조림 반찬 전문점 겸 밥집이다. 즉 일본인들, 이 중 수준있는 주부들이 주로 찾아와 브런치를 즐기는 곳이다. 아직까지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인데, 이런 시절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한국인들 중에도 아는 사람 거의 없는 듯하다. 단 한번도 야요이에서 외국인들을 마주친 적이 없다. 이곳의 주 메뉴는 멸치 산초 조림과 뱅어 조림 등 조림 음식들로 니시키 시장에서 파는 쯔께모노 보다는 캐주얼하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부담없이 한끼를 먹는데 좋은 반찬이 될만하다. 나는 좀 질려 작년부터는 숍에서 반찬은 구매하지 않고 카페에서 조림 정식만 먹는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어딜 가든 사람이 많았는데, 애매한 약속 시간까지 배고픔을 못견디겠어서 가볍게 배를 채우려고 야요이에 들렸다. 한창 점심 시간때라 그런지 웨이팅이 기약없어 나왔다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사카 진자에 들러 산책좀 하다가 왔더니, 역시 점심 시간 지나니 카페가 텅 비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재료가 떨어져 조림 정식은 안되고 샐러드와 파스타 정식으로 대체된 코스만 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했는데 처음 먹어보는 전채 샐러드 발란스가 절묘했다. 뱅어 조림 갈은 것이 고소했고, 생새우는 담백한 맛을 주었다. 메인 디쉬 까르보나라는 멸치 산초 조림을 넣었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 궁합이 과연 맞는 것인지 먹는 내내 의문이었다. 후식으로는 언제나처럼 아이스크림을 얹은 녹차 찰떡과 뜨거운 엽차 한잔으로 마무리.
    야요이는 비싸지 않은 가격(조림 정식 1350엔)으로 깔끔한 밥 한끼를 먹을 수 있다는 곳이기도 하지만, 좁은 공간을 어떻게 느낌 있게 꾸며야 하는지 보여주는 지침이 되는 곳이다. 샵과 카페 사이에 아주 작은, 지붕이 뚫린 아주 작은 정원이라고 하기는 힘든 공간이 있는데, 비가 오면 이곳에 있는 절구에 물이 고이는 아주 절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여기에 연결된 화장실 조차 세련되었다.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을 뿐더러 관광객이 아니라 사진 드립 부끄러워하니, 이 정원과 화장실 궁금함 직접 꼭 가서 보쇼 ㅎㅎ

    이 야요이 만큼은 나만 알고 싶었던 곳이지만,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많으니  머.. 항상 이곳에 만큼은 혼자 갔었는데 오늘은 혼자 간 것 같지 않았다. 존 피터스 가방이 내 맞은편 의자 위에 앉아 있으니 계속 말을 거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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