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쉬면서 페북도 하고 연락 끊겼던 사람들하고 다시 연락되고 하니 신기하고 좋다. 대학때 JSC라는 학회활동 하며 읽었던 <Linked>라는 책이 얼매나 대단한 책이었는지 이제서야 실감하고 있다.
오늘은 10년만에 만난 스승님과, 오바마가 먹다 남겨서 엄청 까였다는 스시 장인 지로 할배의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에 있는 자식은 몸으로 낳은 자식이고, 부하 직원은 머리로 낳은 자식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이 분은 나의 롤모델이다. 예전에 잠깐 같이 일했던 적이 있었는데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고, 말도 서툴고, 자신감도 제로고 해서 매일 삼시세끼 이상으로 혼이 났었다. 울었던 건 당연했고 퇴근하는 전철역에서 몸을 던져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괴로운 시절이었다. 당시는 실패에 실패만 거듭하던 시절이라 자존감은 마이너스 만점이었다. 요즘 일본판 미생 보는데 나카지마 유토 따위는 비할 수도 없었다.
지난주에 봤었는데 할말이 있다고 해서 또 봤는데.. 결론은 엄청 까였다. 나태해 보인다, 영어와 일본어가 아직도 부족하다, 너가 매우 뛰어나서 기회를 준게 아니니 착각하지 말아라, 넌 나 아니면 이런데서 일할 기회 없다 등등.. 꾸짖으며 스시는 먹는둥 마는둥 하며 혼자 그 비싼 사케 다 마셨다. 나는 이 와중에도 아카미가 너무 맛있어서 스승님 것까지 먹어버렸다.
식당을 나와서도 지난번 거절말씀을 드렸던 일은 다시 묻지 않으셨다. 한동안 빤히 보시더니 자신이 나처럼 참 멍청했었다고, 자기 예전 모습 보는 거 같다고 피식 웃더니 머리통을 쎄게 내리쳤다. 밥먹는 내내 혼나서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왜 때리냐고 대들었더니.. 이왕 이렇게 된거 혼자 힘으로 나아가보라고, 그동안 얼마나 찾았는줄 아냐고 하는데 눈물이 나와버렸다.. 아 젠장.. 한동안 없던 눈물이 자꾸 나는거 보니 나태해지긴 한 것 같다. 정말 멍청한 놈이라고 하시고는 어차피 연락안할거 안다고 줬던 명함 도로 빼앗아 택시 타러 가는 모습을 보는데, 왠지 나도 나이들었지만 한없이 멋있고 완벽해보였던 그 분도 늙은거 같아.. 기분이 참.. 별로였다..
진짜 열심히 살아서 스승님한테 먼저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