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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면세점에서 다이긴죠 준마이를 보고..
전에 술은 안좋아하는데, 사케는 괜찮다라는 말을 했다가 교회에서 한 형제에게 신앙이 의심스럽다는 독설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너희들 생각과는 달리, 나 교회 다닙니다)
그런데..
사케는 おさけ, 즉 단순히 술이 아니다.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신기한 액체이다. 5년전 여의도 조그만 곳에서 사시미를 먹는데 정갈하게 고급 양복을 차려입은 노신사께서 옆옆자리에서 새우 한마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발려드시고 계셨다. 다이긴죠 준마이를 따른 잔을 입술에다 적시듯 대시고는 냉수를 한모금 마시더니 다시 새우살을 한점 드시는 것을 보고 무척 인상 깊었었다.
그렇다. 사케는 중국어의 따페이 같은 것이다. 쉐큼쉐큼한 참치회에는 뜨끈한 사케 한잔이 제격이다, 비린맛을 잡아줄 뿐더러 느끼함과 고소함의 바란스를 잡아 담백한 맛으로 이끌어준다. 와라지야의 장어전골에는 시원한 사케 한잔이 딱이다, 장어의 날맛과 후의 텁텁함의 바란스를 잡아 건강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유부도, 조림도, 우설도 사케와 절묘한 따페이를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사케는 음식의 정수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게 해주고, 심지어는 맛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짝궁이다.
그거 아는가? 친미, 친일파들의 고른 선호를 얻고 있는 로이스 초코렛 중에서도 위스키가 첨가된 패키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것도 따페이의 한 사례이다. 이유없이 비싼 위스키를 초코렛에 넣어 먹게 할 필요가 있을까?
오늘 저녁모임때 다이긴죠 준마이를 들고 갔다. 사케 중 다이긴죠가 가장 고급이긴 하나, 오늘 것은 그 중에서도 정미율이 딱 50인 하품이었다. 그럼에도 다이긴죠는 다이긴죠다. 사람들에게 음식을 한점 먹고 사케로 입술을 적시듯 해야 음식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목을 축이듯 마셔대며 음식이 아니라, 다이긴죠 준마이의 진가를 확인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아 이게 아닌데..
어찌됐든 음식의 맛, 사케의 정수 모두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주의할 것은 딱 하나! "평소보다 천천히, 입술을 적시듯 사케를 즐겨볼 것"
또한 와인,샴페인은 수준 있고 괜찮지만, 사케는 술이다라는 편견을 버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