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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비빔밥: 4개의 찬란한 보석들에 대한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생활/보다 2009. 12. 1. 20:28
'4개의 찬란한 보석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드라마를 소개하던데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이 드라마에는 소위 훈남들과 훈녀들만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4개의 보석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꽃중년 부모들과 보석들의 남동생 아기 태자, 더하여 루비를 둘러싸고 있는 능청남 카일과 마마보이 의사, 궁비취의 연인 서영국의 아빠 및 동생 서끝순 조차도 훈남/훈녀이다. 물론 미적 기준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드라마 속 성장배경이나 이미지를 고려하면 괜찮은 사람들임은 분명하다. 4개의 찬란한 보석들 이외의 인물들도 그러할진데 주인공 서영국은 어떠하겠는가? 임성한의 전작 <하늘이시여>에서도 메인엑터였던 이태곤은 이전보다 한층 두드러지는 이마주름살 때문에 중후함이 강조되어 늙어보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는 멋있다. 낮은 울림을 지닌 부드러운 목소리와 훤칠하신 키에 어울리는 각잡힌 안면, 비록 극중 설정이지만 있어도 있는 체 안하고 묵묵히 현실에 동화될 줄도 아는 그는 단점이 전무하다. 이전보다 노쇠한 얼굴때문에 정장보다 못하지만 캐주얼도 무난히 소화해내는 그는 왕자님이시다.
그의 짝은 더럽게 가난하다고 하는 집안의 장녀 궁비취이다. 그런데 더럽게 가난한 집안 자식들이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광채를 발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빈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궁루비가 똑 부러지고 귀여운 매력이 있다면 궁비취는 도도하면서도 현부의 매력이 있다. 지난회 스토리를 모른다 할지라도 이들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면 몰입은 시간문제이고 다음회도 저절로 기다려진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지난회 내용을 리뷰할 필요 없다. 나 역시 지금껏 꾸준히 봐왔지만 지난회 내용들 거의 기억못한다. 지금까지는 인물 소개 및 앞으로 겪어낼 갈등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주 방송분(11월 29일)에서 서영국이 갑자기 사라지는 설정은 너무 급박해서 소위 아다리가 안맞는 것 같지만 말이다.
줄곧 방송가에서 신비주의 컨셉으로 일관해온 임성한 작가는 이번에도 역시 어떠한 비평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뒤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전에 언론에 공개되었던 매우 이상하게 찍혀진 사진과 같은 외모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소명과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시대의 기제에 대해 적절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엄청난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대학생 시절 구내 화장실 어디에든 붙여져 있던 미디어 동아리의 임성한 작가에 대한 신랄하게 논리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엄청난 광팬은 아니지만 <인어아가씨>때부터 '이 드라마 작가는 참 특이하구나. 기발하구나. 이런 소재로도 방송을 해낼 수 있다니! 많은 고생과 고민을 해보았나 보군' 이라는 생각을 줄곧 해온 참이라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
한편, 그의 드라마나 가치관에 대해 비판이 주를 이루던데, 그녀 이후로 우리 드라마계의 소재의 다양성 및 현실을 다루어내는 방식의 기발함 등의 의미있는 변화가 도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도 부여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임성한 작가가 아니었으면 그런 현실이 분명 있음에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버렸을 테니!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의 전작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갈등의 다단함이 구체화되지 않았는데 하루 빨리 전개에 박차를 가했으면 좋겠다.
궁비취 님 볼 생각에 주말이 마구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더불어 서영국과 궁비취 등장신에 자주 들리는 OST 수록곡 KCM의 '말해줘요'도 참 애절하다.반응형'내가 사랑하는 생활 > 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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