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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극한직업: 노동의 가치와 땀방울의 아름다움에 관한내가 사랑하는 생활/보다 2009. 7. 10. 14:18*이미지 출처: EBS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캡쳐한 것임. 이런 것도 저작권에 문제가 되는지? 모호하다. 문제가 된다면 추후 제거하겠다. 그런데 욕하는 것도 아니고 매우 좋은 프로그람이라고 추천하는 것인데~
평소 TV를 거의 안보는데 가끔씩 보게된다면 EBS 프로를 찾아본다. 매주 화요일 심야에 방송되는 음악공연 프로그람인 스페이스 공감, 일요일 오후에 2시간여정도 방송되는(정규방송시간은 월-목 야간이다) 세계테마기행, 그리고 매주 수/목요일 야간에 30여분정도씩 방송되는 극한직업을 본다. 스페이스 공감의 경우 음악에 대한 뚜렷한 취향이나 깊은 관심이 없다보니 규칙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예전에 이루마나 이승환같은 명망있는 음악가, 낯선 외국연주가들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편성시간 때우는 프로그람이 아닌, 시청자들이 볼만한 프로그람이라고 생각했다. 세계테마기행은 책으로도 몇권 출간되었는데, 책보다는 영상이 더 나을 것 같다. 기행의 주인공인 나레이터의 음성이나 감회가 참 들을만 하기 때문이다. 인상깊었던 테마는 고려인3세 영화감독 박루슬란이 소개하던 우즈베키스탄편이었다. 매우 친절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들려주던 자기의 친구에 대해서나 풍경 그리고 시장과 기차 등지의 풍경을 보고/듣고 참 척박한 땅이지만 한번은 가고보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극한직업은 왜 관심있게 보게 되었는가?
별 전망 없어보이던 대학 친구가 2006년 여름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에버랜드에 입사해 재직했었는데, 그 친구덕분에 에버랜드에 대해 환상과 호기심을 매우 크게 품게 되었었다. 나의 커져가던 환상과는 달리 에버랜드에 대해 엄청난 회의를 키워가고 있던 친구는 조만간 퇴사할 예정(실제로 2008년 10월 퇴사햇다;;)이라는 말을 했고 나는 그 말에 자극받아 기필코 그 전에 에버랜드를 무료로 누려보겠다고 결심했다. 에버랜드에 대해 여러모를 알아보던 중 [극한직업-동물원 사육사]편을 보게 되었다. 이 프로 작가분의 블로그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정작 촬영섭외 당시에 본인들의 직업은 전혀 극하지 않다 부인하였다고 한다(현재 블로그 주소는 기억하지 못한다). 방송을 보면 사육사라는 직업은 이 프로에 소개된 다른 직업에 비해서 그리 위험하지도 육체적이지 않았지만 분명 나름의 위험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언의, 무엇보다 고가의, 야생의 동물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기에 예기치 못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서비스업종이기에 관람객들을 상대해야 하기도 하고, 예상과는 달리 직접 사육사들이 동물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철철 쏟으면서. 실제 에버랜드를 가면 사파리는 매우 인기가 많은 장소이다. 버스를 타고 겨우 10분동안 곰과 사자와 호랑이를 보기 위해 최소 30여분, 심하면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한다. 무더운 여름날 가뜩이나 성격급한 한국인들에게는 미칠 노릇이다. 관람 후 어린이들은 곰과 호랑이 사자를 근거리에서 봤다는 것에 대해 매우 흡족해하지만, 성인들은 매우 시시해한다. 그렇지만 이 안전한 10분을 위해 우리의 사육사들은 사파리 폐장 후 사파리에서 맹수들을 풀어놓고 차량을 이용해 안전훈련을 실시하기도 하고, 사파리 지형을 고르기도 하고, 동물들의 건강이나 기분을 매우 유심히 살펴준다. 또 동물들이 아플때를 대비해 동물원과 가까운 회사 기숙사에 기거하는 사육사도 있다. 우리의 10분을 위해 그들은 그렇게 긴장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보수를 받고 일하는 직업인일지라도 안타까움과 경탄의 마음이 들었다.
극한직업의 모든 시리즈는 2부로 기획되고 있다. [동물원 사육사]편 역시 그러한데 이 편은 유독 특정 인물-사육사를 중심으로 방송이 촬영되었다. 스마트하신 문인주 사육사께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뭔가가 부족한듯한 말투와 불분명한 발음으로 시종일관 횡설수설 버벅거리며 사육사의 일상과 아픈 동물의 심리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볼만/들을만 하다. 이 분이 사육사분들 중에 가장 인물이 좋으시기에 방송 노출이 가장 많았던 듯하다. 언변의 유창함은 기린 사육하시던 사육사분이 단연 돋보였지만 말이다. 이 분은 2부에 주로 나오셨다. 더불어 반딧불이를 사육하던, 흡사 장인 같았던, 과장분의 모습도 2부 마지막에 보여졌는데, 자기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직업적 가치의 소중함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물 및 사육사들과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조금 까무잡잡/피부가 안좋으시며 이국적외모를 가지셨지만 핸섬한 수의사 한 분의 일과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되었으니, 동물원 근무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자극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직업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일 때는 그 이면에 위치한 고난과 스트레스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내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에버랜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매우 환상적이지도 낭만이 넘치지도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들도 일반 회사원처럼 박봉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샐러리맨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에버랜드가 넘넘 좋지만~ 그곳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넘넘 부럽지만~ 새끼원숭이보고프다~
그 이후 내가 시청했던 방송분은, 오징어잡이배 선원편, 인천대교 건설현장편, 고속철도 철로 건설현장편, 송전탑 건설현장편 등이다. 이 중 특히나 놀라웠던 방송분은 송전탑 건설현장편이다. 높은 산 꼭대기에 세워져 전선들을 두루두루 이어주고 있던, 그 송전탑들이 기계의 힘을 조금 빌려 직접 기술자분들이 만든것이라니! 수십미터, 수백미터 지면 위 공중에서 추락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무엇보다 극도의 위험때문에 국내보험사에서는 보험가입을 거부하기에 국외보험사의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매우 소수의 기술자만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박봉에 시달린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달이 걸려야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매우 뛰어난 기술로 2주 내로 해내는 데도 말이다.
이 지구 곳곳에서, 남한 땅 곳곳에서 자기의 일을 매우 성실히 전문적으로 해내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인터넷을 하고 밥을 먹고 해외여행을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프로는 매우 볼만한 프로그람이다.반응형'내가 사랑하는 생활 > 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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