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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모으고 읽고 보다 보면
    내가 사랑하는 생활/모으다 2009. 10. 27. 14:00
    여러 책을 살펴보다 보면 그간 알지 못했던 내용을 접하게 되어 놀라워하거나, 아기자기 하거나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고급스러운 장정에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왜 이런 글이나 그림이 출판의 형식을 빌어 대중에게 판매되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개인 가치관과 감성에서 연유하여 판가름나는 것이기에 절대적일 수는 없겠지만, 책에 대해 애착을 넘어선 집착, 간단히 말하면 페티시즘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는 정도라면 책에 대해 보통 이상, 즉 전 인류 60억의 절반 보다 나은 감식안을 가지고 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재학중일 때, 정확히 말하면 대학원 입학하고 나서 중앙도서관 4층 고서실에 거의 매일 들러 고서 희귀본을 자주 열람했었는데, 그때 참 아쉬었던 점은 보관의 편리를 위해 책의 장정을 다 뜯어내고 하드커버본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책의 보존은 용이하겠지만 책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핵심은 내용일지라도 장정 역시 책의 일부분이기에, 온데간데 없는 그 책 고유의 장정은 다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것이다. 모름지기 내용과 형식이 온전히 결합해야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령 1940년대 활동했던-김동리를 향해 가혹한 비평을 쏟아내던- 평론가 *김동석의 <해변의 시>(박문서관, 1946)는 이대원이 하얀 실을 가로와 세로로 교차시켜 촘촘히 장정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인도 Tara Books의 많은 책들, 그 중 <Beasts of India>만 하더라도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내어 특유의 물감냄새와 재질이 그대로 전해지는 화려한 장정이 이목을 끈다. 그럼에도 이들 책들의 겉표지 장정을 무심히 뜯어내 버린다면, 그 책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옷을 빼앗겨 버리는 셈이다.
    요즘은 흔한 말로 세상이 좋아져 워낙 다양한 색감의 일러스트와 사치스런 하드커버 장정이 난무하지만, 책에 대해 까다로운 감식안을 가진 자들에게는 획일적인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소프트커버라도 정성이 깃들어 있는 특색있는 장정, 덧붙여 가치있는 텍스트와 결합할 때 그 책은 고유의 가치와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감각적 사진 표지와 어우러진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기행>이 눈길을 끈다. 또한 하드커버이지만 그림책 특유의 감각이 A4 1/4 판형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완다 고그(Wanda Gag)의 <Gone is gone>도 장정의 가치가 돋보이는 책이다.

    *당대 최고의 평론가이자 학자인 유종호 선생에 의해 잊혀 지지 않고 회고되고 있다.(<내 마음의 망명지>에 김동석에 대한 유종호 선생의 지대한 관심이 언급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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