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도 있고, <P.S. I love you>나 <편지할게요>도 듣기에 좋지만 <오랜만에> 만큼은 못하다.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그렇다는 것이다. 박정현 1집에 실린 이 노래는 Accoustic 버전, R&B 버전 이렇게 두 가지 형태로 실려 있는데 고등학교 시절 들었을 때에는 후자가 더 낫다고 생각했지만, 대학교 입학한 이후로는 전자가 월등히 듣기 좋다고 여겨왔다. 당시 친구에게서 시디를 빌려 거의 이 노래만 듣다시피 했었는데, 친구는 어쿠스틱 버전이 좋다고 하여 시디 뒷면 7번트랙 부분에 희미한 무한반복의 흔적이 생길 정도로 반복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로 당시 내가 이 시디에 대한 급부로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음반은 지금은 희귀음반인 장국영, 양조위 주연의 <춘광사설(Happy Together)> OST였다.
친구에게 박정현 1집을 돌려준 이후 곧바로 음반가게에 박정현 시디를 주문해 일주일을 기다린 후 12100원에 구입했다. 1집이 나온지 1년이 지난 후라 동네 음반가게에 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테잎이 주류고 시디가 고가의 호사가용으로 취급되던 때라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완소 음반이라면 반드시 시디로 구매해 들었다. 그 이후 나 역시 두 버전의 <오랜만에>를 무한반복해 들어서 시디 뒷면에 7번 그리고 14번(인가) 트랙 부분에 흔적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 노래의 어떤 점이 좋단 말인가? 가사 좋다. 리듬도 좋다. 음악이 사람을 잡아당기는 데 이 두 가지 이유 말고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허나 참 이상한 게 수천번을 들었을 이 노래 가사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부분만 음미했지 따라부를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겠다. 노래도 무진장 어렵다. 건반을 눌러 보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현 노래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 노래는 특히 더 한거 같다. 도입부 읊조리는 부분 자체가 저음으로 시작하는 데다 분위기를 심하게 살려줘야 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삑살 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박정현 본인도 지상파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은 듯 하다. 콘서트에서 부른 건 들어보았는데, 아무래도 데뷔 초기의 박정현 특유의 기교로 부른 버전, 구체적으로 말하면 1999년도 콘서트에서 부른 <오랜만에>가 가장 듣기 좋다. 2000년대 나온 콘서트 음반의 <오랜만에>는 이전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가창력에 있어 더 안정적으로 들리는 데(그러니까 삑살 안 날거 같은 분위기를 이름) 풋풋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박정현은 얼굴도 이뻐, 똑똑해, 노래도 잘하지 정말 무서운 여자다.
저작권 문제로 이미지 음원 업로드는 불가하니, 기회가 있으면 여유가 되면 감상해 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