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생활/가다
[싱가폴 씨티 2] 울기는 쉽고 잊기는 어렵지
쉐큼쉐큼한레몬;;
2016. 9. 17. 02:45
우리 관계란게 연락 거의 안하고 지내면서도 자주 생각하고, 잘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도 만나야지 마음 먹는게 참 어려운 미묘한 것이다.
남모군은 정말 좋은 친구다.
일단 잘생겼다. 키 185에 양조위 리즈 시절 얼굴을 가졌다. 미소라도 지으면 짜증나던 내 마음조차 설레임으로 바뀌게 할 정도다. 그래서 같이 잘때 등돌리고 잤다 ㅎㅎ
똑똑하다. 영국 귀족학교 출신인데도 잘난체 절대 안한다. 심지어는 너무 바보같은 말을 잘해서 나를 놀리는 것 같다. 요즘 잘나간다는 초딩 수준 보다도 많이 뒤떨어질 정도다. 가령, "다음에 일본 같이 가면 꼭 지리산 등산 해보자 우리!" 아 빙신 ㅡᆞㅡ;;
착하고 부유하다. 둘이 같이 있으면 다툴 일이 하나도 없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같이 있는 내내 화목하다. 밥 먹으러 가거나 쇼핑하러 가면 서로 계산하겠다 사주겠다 실갱이하느라 피곤할정도다. 이번에 뱅기표도 본인이 아주 싼 걸로 구해줄 수 있다해서 그러라 했는데, 그건 구라였고 내가 오면서 피곤해할까봐 비즈니스표로 사보내준 친구다.
그런데 이런 남모군에게도 쓰레기같은 단점이 있더라. 게으르다, 히키코모리다, 소심하다, 청소와 빨래를 싫어한다, 요리라고는 컵누들과 전자레인지 해동음식 외에는 할줄 모른다는 것이다.
덕분에 방 청소해주고 밥 해주고 데리고 놀러나가느라 쫌 많이 힘들었다. 무스타피 센터도 이번에 처음 가봤다 한다. 자기 외모 꾸미는데만 최적화 되어 있어서 집이 드럽지는 않은데 진짜 소름끼치게 난장판이었다. 집에서 밥해먹은 적이 없으니 냉장고는 쉐프용인데, 전기 연결 안해놓고 만화책 책장으로 쓰고 있었다. 이런 발상은 진짜.. 신세계를 봤다.
한인타운 가서 떡볶이 재료 사다 해주니 이런거 십년만에 먹어본다고 감동하는데, 우스갯 소리로 '너 나 식모 초빙 한거지?' 했다.
소심하라면 국가대표급인 나인데도, 아무것도 안갖고 와서 옷이며 팬티며 칫솔이며 면도기며 남모군거 같이 입고 썼다. 샤워도 같이 하고 서로 때도 엄청 밀어줬다. 먼가 편하고 부끄럼이 없는 관계인 것이다. 머 비행기 탈때도 반바지, 미키마우스티, 쪼리 신고 여권이랑 신용카드 한장, 100달러 달랑 가지고 탄 나도 부끄럼이 없는 놈이지만 ㅎㅎ
공항에서 헤어지며 다음에는 둘다 결혼해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드니 남모군이 "우리 그럼 평생 못보겄네" 하는데 웃픈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둘이 격하게 포옹했는데 이 와중에도 내가 물었다. "야, 너 오늘 비누 후레쉬 썼지?"
했드니, "나 잊지 말라고, 기분 좋게 기억하라고 특별히 후레쉬 썼지"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도 울도 남모군도 주륵주륵 울었다. 1년만에 만난 거였어도 이랬을까? 개변태라고 뻑큐 날리고 그러지 않았을까? ㅎㅎ
남자인게 문제는 아니다. 남자라도 울기는 쉽고 잊기는 어려울 수 있다.
Goodbye! SG!
Good night! Peter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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